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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은 왜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될까요? - (1)대비 효과의 오류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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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 A: “5조 면접자들은 조 배정 운이 없네요. 다른 조에 있었으면 돋보이고 점수도 더 잘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필 한 조에 우수한 지원자들이 모여 있어서.” 

 

 

면접관 B: “3조에서는 K 지원자가 제일 역량이 뛰어나긴 한데, 앞 조 면접자들과 비교하면 점수는 중상 정도를 주는 게 맞겠네요. 같은 조의 다른 지원자들 역량이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더 우수해 보였어요.”






전문 면접관으로 신입사원 선발 면접에 참여하다 보면 면접실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면접 순서나 어떤 지원자들과 같은 조에서 면접을 보는지 등이 면접관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면접관 A)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면접관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면접관 B) 등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난히 우수한 지원자 다음 순서로 면접을 보는 지원자는 유독 낮은 점수를 받고 반대로 함량미달인 지원자 다음에 면접을 보는 지원자는 평균 수준이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대비 효과”로 불리는 이러한 일들은 경험이 많은 면접관들도 종종 범하곤 하는 대표적인 오류의 하나로 면접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채용 규모와 선발 절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서는 많은 경우 그룹 면접을 진행합니다. 8~12명으로 1개 조가 구성되고, 면접관들은 조별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면접을 많게는 하루에 6~8번까지 참여합니다. 3~6명의 지원자를 한 조로 30~40분 단위의 면접을 종일 진행하기도 하고, 20~30분 단위의 개별 면접을 연속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의 면접을 반복 진행하면서 면접관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다 보면 전체 지원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평가가 어려워지고 앞뒤 근접한 일부 지원자들과만 비교해 점수를 주거나 조별로 합격자를 선택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점수 조정의 근거가 될 만한 관찰 기록을 남기지 않고 기억에 의존하는 평가는 대비효과에 더욱 취약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대비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우선 면접관 자신이 이러한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면접 과정을 셀프 모니터링 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참여하는 면접에서 평가하는 역량의 정의와 평가 기준을 사전에 학습하는 것은 면접관으로 참여하기 위한 기본 준비가 되야 합니다.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의 증거, 즉 평가와 점수 조정의 근거를 수집하기 위한 관찰과 기록 또한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서는 HR 부서에서 면접 진행 방식과 평가 역량, 평가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마지막 지원자의 면접이 마무리되기까지 면접 점수는 확정된 것이 아니고 조정이 가능한 것임을 강조하고, 일부 면접을 진행한 후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의 역량 수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평가 기준의 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면접관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모의면접을 통한 실습을 제공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아주 효과적이며 실제 교육에 참여하는 면접관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대비효과의 오류는 대규모 공채 면접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에 많이 늘고 있는 직무 중심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에서도, 선발하고자 하는 포지션에 적합한 역량 수준에 대한 합의와 면접관들의 학습이 부족하면 즉, 채용 기준이 부재하면 대비효과에 의한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인력 충원이 급한 경우 해당 시점의 지원자들 간의 비교로만 선발하게 되어 해당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거나 필요한 수준보다 낮은 역량의 지원자를 선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마존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막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자들만 선발할 수 있도록 1998년부터 바 레이저(Bar-Raiser)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재들의 기준(bar)을 높이는(raise) 사람’이라는 뜻의 바 레이저는 아마존 직원 가운데 선발된 사내 면접관들로서 독립적인 채용 결정권자로 기능합니다. 최소 100회 이상의 팀원 인터뷰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 선발하고 매년 적격심사도 받아야 하는데, 아마존은 이러한 바 레이저들을 통해 최고 수준의 인재만 채용되도록 요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채용 형태가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변해가는 만큼 실무 부서와 함께 면접 전에 선발을 원하는 포지션에 필요한 역량과 그 수준을 명확히 하고 면접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HR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부 전문 면접관 양성을 통해 면접의 타당성을 높이는 것 또한 효과적인 대비가 될 것입니다.


(최종 검토: 양진희 선임연구원)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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