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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직업기초능력검사, 피샛형과 모듈형 중 어떤 문제 유형을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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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C는 NCS 기반 채용이 시작되던 첫 해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정한 컨설팅 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의 채용을 설계하고 대행하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초창기 BSC가 출제를 맡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직업기초능력검사는 “NCS의 정석”이라는 수험생들의 후기가 나올 정도였고, BSC가 컨설팅과 채용 대행을 맡았던 한국전력거래소는 NCS 채용 우수 기관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BSC는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환경공단 등의 채용 대행을 맡아 꾸준히 양질의 문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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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저희 컨설턴트들이 취업 시장을 리뷰하면서 적잖이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수험 “시장”에서 NCS 직업기초능력검사 문항에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 설을 접한 것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 유형이란 소위 “피샛(PSAT*)형”과 “모듈형”이고, 저희 BSC가 출제하는 유형은 “피샛형”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우리 문제가 왜 피샛형이지? 모듈형이란 게 도대체 뭐지?”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시장의 움직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피샛형은 상대적으로 고차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의미하고, 모듈형은 뭔가 이론과 관련한 지식 중심 문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거칠게 말해서 사고형을 피샛형, 지식형을 모듈형이라고 부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한편 어떤 취업 컨설턴트들은 좀 더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직업기초능력검사 문항에는 이론과 지식 기반 모듈형, 법령과 기관 특성 모듈형, 피샛형, 전통적 적성검사형 이렇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도 합니다. BSC는 이 분류를 따르자면 대부분 문항을 피샛형으로 출제하였고 일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법령과 기관 특성 모듈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차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사실상의 피샛형을 섞어서 출제해 오고 있습니다.

 

 

BSC가 이렇게 출제해 왔던 이유는, 채용에서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특성보다는 웬만해서는 변화가 어려운 특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채용 전문가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많은 채용 담당자가 지식과 매너를 보고 사람을 뽑고, 인지능력과 인성 때문에 후회한다. 실은 거꾸로 해야 한다. 즉, 채용에서는 인지능력과 인성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교육에서 지식과 매너를 길러줘야 한다.”

 

 

 

정부에서 공무원 선발 시 암기 위주의 과목 시험을 철폐하거나 비중을 줄이고 사고력을 평가하는 피샛을 도입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이는 더 나아가, 직무 수행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단일 요인이 인지능력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구글 또한 채용 기준에서 종합적 사고력 또는 문제해결 능력을 가장 비중 있게 보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이든 장기적으로 성장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선발하려면 인지능력의 비중을 가장 크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BSC는 선발에 있어서는 피샛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권하며, 피치 못할 상황에서는 전통적 적성검사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공부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모듈형은 이론과 지식 기반이든, 법령과 기관 특성 관련이든 입사 후 교육을 통해 개선하면 되기 때문에 채용 평가에 덜 바람직한 유형이라고 봅니다.

 

 

물론 소위 모듈형이 많이 쓰이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우선 NCS로의 전환을 주도하신 핵심 인력들이 소위 산업교육 쪽 배경을 가진 분들이어서 교육 가능하고 변화 가능한 속성에 많이 주목했습니다. 이런 속성들이 많이 들어 있는 NCS 모듈을 기반으로 문제를 만들다 보면 당연히 교육 가능한 속성을 소재로 한 문제가 출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 채용 전문가 간담회에서 BSC 컨설턴트들은 채용에서는 교육 가능한 속성들을 평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진지하게 수용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외적인 요인으로는,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지원자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 시험 유형만 있으면 우리들은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말라는 얘기냐’ 하는 항의가 좀 통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또한, 피샛형을 만들려면 고급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비용 또한 많이 소요되는 데 비해 모듈형은 상대적으로 출제하기가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갑자기 많은 채용 대행 기관이나 출제 기관이 NCS 채용에 뛰어들면서 만들기 쉬운 유형의 문제를 대량 공급한 면이 있습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채용하는 공공기관에서는 문제의 유형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입찰 단가가 낮은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채용의 본래 목적을 고려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닙니다. 백보 양보해서 기관에 대한 관심 정도를 체크하기 위해서 일부 법령과 기관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항을 출제한다 하더라도, 그 문항과 관련된 점수들은 합불(Pass/Fail) 판정에만 사용해야 하며 이를 총점에 합산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어느 항공사는 승무원 입사 시험에서 30kg 트렁크를 선반 위에 올릴 수 있는지 여부만 평가하지, 더 무거운 짐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가점을 주지는 않습니다.

 

 

요즘 공공기관의 채용 대행 업체 선정 과정을 보면 어떤 업체가 사고가 나지 않게 채용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좋은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는 안목과 도구를 갖추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 공공기관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니즈에 맞춰 BSC도 향후 모듈형의 비중을 적절히 늘려야만 하겠지만, 기관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업무능력을 예측하는 데 가장 강력한 요인인 인지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문항 유형을 선택할 필요가 절실해 보입니다.

 

 

*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 공직 적격성 평가): 공무 수행에 필요한 소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으로,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3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음

 

 

 

(최종 검토: 홍준모 선임연구원)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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